글제목 화주량즈 노총각 결혼식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9-11-10 13: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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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주량즈(滑竹梁子) 빠멍(坝檬) 마을에 사는 노총각이 드디어 결혼을 했습니다. 이 총각과 저와의 인연은 전에 화주량즈 편으로 소개 드린 적이 있습니다. 봄차가 한창일 때 멍왕(勐旺)에 사는 하니족 아가씨를 만나고 있는데 결혼까지는 모르겠다며 수줍게 고백한 적이 있습니다.

"왜 그래 집도 지었겠다, 빨리 부모님 모시고 조카도 돌보고 해야지"

"그렇긴 한데, 아가씨가 결혼은 자꾸 망설이네요"

"야 이놈아, 목숨 바쳐 사랑한다 하고 빨리 데꼬온나 ...^^"

얼마전에 결혼식 초대를 받고 제 마음이 더 흡족했습니다. 뭐라도 선물을 주고 싶은데, 집 짓는 것을 도와준 것만으로도 평생을 못 갚을 은혜라면서 한사코 사양합니다. 그동안 멍하이에 머물면서 소수민족들의 결혼식에 여러번 초대받았지만 오늘은 제 마음도 특별합니다. 멍하이에서 빠멍까지 한시간정도 자동차로 달리면서 머나먼 이국 땅이지만 이렇게 인연이 되어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조금이나마 도와줄 수 있음에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마을 입구에 도착하니 멀리서 하니족의 노랫소리가 들립니다.

멍하이에서도 최근엔 호텔이나 식당에서 결혼식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의 예식장 비슷한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다 함께 모여서 식사도 하고 짓궂은 장난도 치고 한바탕 즐겁게 놀곤 합니다. 빠멍 노총각도 처음엔 식당을 빌려서 결혼식을 올릴 생각이었지만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 관계로 집에서 간단하게 하기로 했답니다. 그렇지만 집에서 하는 것도 결코 간단치만은 않습니다. 다행히 오늘의 신랑이 마을에서도 소문난 착한 청년이라 마을 사람들이 모두들 솔선해서 도와줍니다.

오전에 가게에 손님들이 있어서 오후 늦게 직원과 함께 잔칫집에 도착하니 신랑 아버지가 먼저 맨발로 달려와 반겨 맞아줍니다. 마을 사람들도 모두 잠시 손을 놓고 저희를 반겨줍니다. 신랑신부랑 잠시 기념촬영을 하고 잔칫상을 마주합니다. 하니족 의상으로 치장한 신부가 다소곳이 바이주(白酒) 한 잔을 따라줍니다. 차마 운전 때문에 못 마시겠다고 못하고 입만 대고 내려놓습니다. 신랑이 자기 잔도 꼭 받아줘야 한다기에 너희는 이제 한 몸이니 신부가 따라준 것으로 충분하다고 하고 잔을 비웁니다.

하산합니다.

자동차가 있는 곳까지 전 가족이 내려와 배웅해줍니다. 눈물 많은 못난 노총각 또 웁니다. 가만히 안아주고 등 두번 두드려주고 하산합니다.

 https://blog.naver.com/sacinamu/221667760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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