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제목 좋은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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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등록일 2019-11-10 13:4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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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시음을 거듭하다가 문득 좋은 차란 어떤 것일까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직면합니다. 바꾸어 말하면 나쁜 차는 어떤 것일까가 되겠지요. 수년 동안 좋은 차를 찾아 헤매고 있지만 막상 정의를 내리자니 그렇게 단순한 명제가 아님을 느낍니다.

내가 좋아하는 차가 과연 최고의 차일까?

내가 좋아하는 차를 다른 사람들도 좋아할까?

대중이 좋아하는 차는 무조건 좋은 차일까?

순전히 내가 만들어 내가 먹기 위한 것이라면 내 입맛에 맞으면 그뿐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상품으로 만들어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한 차라면 대중의 입맛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차업을 직업으로 하고 있는 저는 지금 내가 품평하고 있는 이 차가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맛인지를 가려내는 것이 저의 일입니다. 그러자면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됩니다. 우선은 개인마다 독특한 기호가 있기 때문에 자기가 좋아하는 맛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되고, 대중이 선호하는 맛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야 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쓴맛이 강한 계통의 차들을 좋아합니다. 처음엔 약간 쓰지만 금방 사라지고 속 깊은 곳에서 서서히 돌아오는 회운(回韻)이 있는 차들을 즐깁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선 달고 향기로운 맛에 집중합니다. 단맛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유사 이래 인류가 가장 집착하는 맛이 아닐까 합니다. 이 땅에 자라는 대부분의 과실들도 설익으면 떫거나 쓰지만 익을수록 당도가 높아지고 향기롭기 때문에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습니다. 인류뿐 아니라 동식물들도 대체로 달고 향기로운 맛에 이끌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운산의 모든 정규 제품은 종류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우선은 달고 향기로운 맛이 잘 드러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의 수만은 상품들 중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하자면 가격적인 측면도 반드시 고려해야 됩니다. 비싸고 좋은 차들은 싸고 맛없는 차와 마찬가지로 가장 만들기 쉬운 차일수 있습니다. 비싼차는 비싼 원료만 구해서 만들면 되고, 싼차는 싸구려 원료 사서 찍어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격이 비싸다고 꼭 달고 향기로운 좋은 차라고 하기엔 뭔가 허전하고, 가격이 싸다고 무조건 맛없는 나쁜 차라고 하기에도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오운산이 만들고 싶은 "비싸지 않으면서도 맛있는 차!" 이러한 추구를 정반합으로 간단히 정리하면 '싸고 맛있고 향기로운 차가 좋은 차'가 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세상에 흔한 말처럼 값싸고 좋은 것을 구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이론적으로는 가격과 품질의 간격을 점점 좁혀 감으로써 좋은 차가 생산될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헤겔의 변증법적 논리가 정반합의 반복을 통해 점점 진리에 다가가듯이 어쩌면 차도 이러한 양 극단을 아울러는 반복된 실험을 통해 좋은 차가 탄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좋은 차라는 명제를 이론적으로 정리하려다 보니 이야기가 자꾸 엉뚱한 방향으로 갑니다. 어쩌면 맛이란 논리 그 너머에 있고, 좋은 차라는 것도 하나의 문화이자 현상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현재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차가 좋은 차일까요?

생산량이 가장 많고 가장 많이 팔리는 차가 좋은 차일까요?

재일 비싼 차가 제일 좋은 차일까요?

제가 그동안 경험한 좋은 차를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좋은 차는 어디에나 있고, 또한 어디에도 없다' 하겠습니다. 좋은 차는 유명 차산에만 있는 것도 아니며, 반드시 고수차에서 생산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유명 차산은 유명해진 이유가 있고, 고수차에서 좋은 차가 생산될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비싼 차가 꼭 최고의 차라고 할 수는 없지만 비싼 이유가 있고, 저렴한 차라고 해서 반드시 나쁜 차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좋은 차는 만드는 사람과 마시는 사람의 관계에서 끊임없이 피고 지는 꽃과 같은 것이라 생각해봅니다. 오운산이 한송이 아름다운 꽃으로 만들어져 인연 닿는 이에게 꽃다발로 전해지고 꽃은 사라져도 향기는 저마다의 가슴속에 남을 수 있는 차이기를 바랍니다. 저는 과학자가 아니기에 차의 성분에 대해선 자세히 모릅니다. 그러나 한 모금 좋은 차를 머금으면 내가 모르는 각종 미네랄의 결합이 입안을 정갈하게 하고 나아가 머리를 맑게 하며 마음의 평안까지 가져다줌을 그동안의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운산 차에 저의 이러한 경험을 담아 여러분에게 온전히 전달하고자 합니다만 아직은 내공이 부족하고 시절 인연 또한 만만치 않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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