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제목 새해를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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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등록일 2020-01-09 13:3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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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이에서 2020년 새해를 시작합니다. 연말에 시작된 감기몸살 기운이 아직 머물고 있어서 요 며칠 꼼짝 않고 가게에만 있었습니다. 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설날을 기준으로 새해를 맞이합니다만 신정은 신정대로 하루 정도 휴식 일을 가집니다. 이곳 멍하이의 소수민족들도 중국정부가 정한 명절을 따르지만 각 민족별로 그들만의 명절을 따로 쇠기도 합니다. 마침 하니족의 신년인 '가탕파지에' 라는 명절이 신년과 같은 날짜입니다. 하니족 마을인 라오반장을 비롯한 여러 곳의 차농들이 초대를 합니다만 몸살을 핑계로 정중하게 사양했습니다. 며칠 쉬는 동안 오운산이 그동안 걸어온 길을 점검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습니다.

인연 따라 2014년 중국 윈난성 멍하이에 '석가명차차업유한공사'를 창업하고 5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만 애초에 목표한 5년간 버티기는 성공한 것 같습니다. 매년 봄차 철만되면 수억원의 자본을 끌어오고 박람회 참가 등으로 그동안 수십억원의 자본을 솟아부었습니다. 저는 원래 자본이 얼마 없었던 사람입니다. 석가명차를 운영하면서도 늘 빠듯했든 경제 상태였는데, 오로지 사람 하나 담보로 이렇게까지 투자해주신 많은 분들을 생각하면 한편으론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거대한 자본으로 욺직이는 중국 업체들과는 애초에 상대가 될 수 없었습니다. 작은 규모지만 '한국인이 만든 차'라는 문구를 걸고 보이차의 본토인 중국에서 우선 자리잡고 세계로 나아가겠다는 목표 아래 정직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자리매김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시장은 결코 만만치 않았습니다. 한때는 '사드' 문제로 인해 한국인이 만든 보이차의 편파적 이해 속에 박람회 참가조차 여의치 않았고, 어렵게 구한 대리상들조차 영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그래도 많이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한국인이 만든 차'라는 문장이 주는 느낌이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저는 이 문장을 견지해왔고 앞으로도 내려놓을 생각은 추어도 없습니다. 이제 와선 회사가 문을 닫는 일이 있더라도 저 개인의 문제를 넘어 한국인의 자존심을 내려놓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쓰는 흔한 말로 국뽕을 맞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저는 당연히 한국 사람이고 제가 만든 차는 당연히 한국인이 만든 차 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 문장을 제가 만든 차에서 삭제하더라도 한국인이 세운 보이차 회사에서 만든 차인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또 한가지 문제는 제가 중국 보이차 시장을 너무 모르고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이십여년 보이차 업을 해 왔고 중국에 진출하기 전에 나름대로 연구도 하고 복안도 있었습니다만 막상 부닥치는 현실은 그야말로 현실입니다. 현재 중국에서 거래되는 대부분의 보이차는 노차든 햇차든 일종의 뇌물이고 주식입니다. 물론 마시는 사람들도 많지만 다른 차와 달리 유독 보이차는 마시는 사람보다 투기 혹은 일종의 놀이로 취급하는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유명 회사에서 제품을 기획하면 우선 대대적인 홍보부터 시작하고 출시를 즈음하여서는 물량을 조절합니다. 그리하여 유명 제품은 출시도 되기 전에 가격이 몇배씩 폭등폭락을 거듭하고 선입금을 받은 사람들이 도망가는 사태까지 발생합니다. 마침내 제품이 주문자의 손에 들어와도 소장자는 포장도 뜯지 않습니다. 당연히 마시지도 않고 혹여 때라도 탈까 봐 신줏단지 모시듯 보관만 합니다. 실제로 포장에 약간의 흠집이라도 있으면 나중에 다시 되팔 때 제값을 받지 못합니다. 그나마 마시는 보이차는 대부분 저렴한 숙차이거나 극소수의 노차와 고수차입니다. 그것도 이미 자리잡고 있는 유명 브랜드의 제품들 위주입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오로지 제품의 품질과 정직성을 추구하는 신생업체 오운산이 설 자리는 요원하기만 합니다.

또 한가지 현실은 솔직히 말씀드려서 제가 아무리 좋은 원료 구해서 좋은 차를 만들었다고 해도 사람들이 마셔보지 않으면 모르고, 마셔봐도 대부분 정확히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선 제가 그동안 차업을 하면서 쌓은 신뢰성이라도 있어서 그나마 믿고 구매해주는 분들이 계시지만 중국은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니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구매상담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거대 자본으로 광고나 홍보를 할 수도 없습니다. 박람회에 참가해서 매일 같이 시음을 시키고 어눌한 중국어로 열변을 토해봤자 대부분 긴가민가 합니다. 한마디로 차 맛을 잘 모르는 일반 대중을 상대로 처음 보는 회사에서 만든 제품을 높은 가격으로 소개하자니 목만 아프고 돌아선 가슴속엔 허망함만 가득 찹니다. 그러나 사정을 알았던 몰랐던 자발적으로 시장에 들어온 제가 시장을 원망하면서 사업을 잘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그러한 시장에 길들여 저 그들의 방식으로 차를 만들고, 그들의 방식으로 차를 판매하진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감히 한국인이 만든 차라는 문장을 걸고 있는 오운산이 가진 최소한의 양심이고 자존심입니다.

 


 

제가 늘 하는 이야기이지만 차는 마시는 것이지요!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지만 저는 적어도 차에 있어서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미약한 힘이지만 로마법이 잘못되었으면 바꾸어야 된다는 마음으로 오운산은 아직도 버티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보기에 지금의 기괴한 보이차 시장은 정말 위험합니다. 보이차가 비록 '월진월향'하는 차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계속 가다가는 언젠가 제고의 절벽에서 추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에서도 정직한 차를 생산하고 이러한 부분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오운산만이 좋은 차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저만 있는 것은 아니란 점도 밝힙니다. 더불어 저의 생각과 함께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가고 있고 언젠가는 보이차도 투기가 아니라 누구나 늘 곁에 두고 마시는 차로 자리 잡는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그리고 새해를 시작하며 한가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운산이 한국에서는 여러 고마운 님들의 도움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간혹 터무니없는 음해나 모함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멍하이 가게에도 여러번 다녀갔고 제가 매년 경매산 자락에서 주체하고 있는 '세계차인축제때'도 초대하여 식사도 대접하고 한국 손님들도 소개한 N모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명함에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등 여러 방송사에 출연한 것을 홍보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오운산에 대하여 좋지 않은 소문을 퍼트린다는 이야기를 최근에 세 번째로 들었습니다. 저는 오실때마다 성심껏 대접한 기억밖에 없는데 이런 이야기를 지인들을 통해 들을 때마다 저는 참 가슴이 답답합니다. 제가 목표로 하는 시장은 중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고져 하는데 제가 태어난 고국에서 자신이 취급하는 차를 팔기 위해 무작정 남의 차를 매도하는듯한 사람의 모습을 저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저는 선인이 권하는 해골바가지 속의 물은 마실 수 있어도 악인이 권하는 것은 감로수라도 사양하겠습니다. '사람이 만든 차 사람이 마십니다.' 오운산의 경영이념으로 밝혔듯이 저는 언제나 사람이 우선입니다. 해골바가지 속의 물도 약이 될 수 있지만 감로수라도 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기회있을 때마다 지면을 통해 여러번 밝혔지만 다른 사람이 만든 차에 대해서는 일절 논평하지 않습니다. 제가 차를 생산하고 있으면서 특히 다른 한국 분이 만든 차를 함부로 평가하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분들은 그분 나름대로의 주관을 가지고 열심히 만들었을 텐데 자칫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이 사람이 취급하는 차에 대해서도 저는 한번도 이상한 평가를 한 적이 없습니다. 물론 장사를 하면서 자기가 만들고 취급하는 차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소개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다른 사람이 만든 차에 대해서는 간혹 비평 아닌 비평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부득이 비평을 할 것이면 팩트를 토대로 건설적인 비평이었으면 합니다. 이것은 꼭 차를 생산하는 업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입니다. 내가 만들고 취급하는 것은 무조건 옳고, 다른 것은 무조건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늘 이 부분을 경계하고 있습니다만 나 스스로도 가끔은 달리는 언어에 경도되어 말의 거품이 발생하는 것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열정의 오류라고 할까요? 자신의 일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다른 세계는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누구를 탓하기 전에 저 자신부터 올한해 매사에 겸손한 자세로 임할 것을 다짐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차는 마시는 것이지요! 그리고 내려놓음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그렇게 그렇게 5년을 근근이 버텨왔습니다. 오운산이 구름처럼 많은 고수차 업계에서 바늘구멍처럼 작은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작년부터 조금씩의 성과들이 있습니다만 아직도 여전히 어렵고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워도 포기하진 않겠습니다. 저는 올해도 저에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가겠습니다. 그동안 오운산이 이렇게 버틸 수 있도록 도와주신 고국의 여러 차인들께 이 기회를 빌어 다시 한번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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