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제목 텅총차산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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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등록일 2020-01-18 14: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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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기도 어느 정도 가시고 다시 차산탐방을 모색하다가 이번엔 바오산 텅총(騰冲)이란 지역으로 결정했습니다. 올해 오운산 미에 들어간 원료 중 하나로 선택했던 지역입니다. 오운산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모차는 반드시 현장의 생태환경을 확인합니다. 그런데 이 지역은 멍하이에서 너무 멀고 올봄에는 방문할 시간이 부족해서 시음만 하고 바로 결정하여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고수차가 아니라 생태차지만 맛이 괜찮았고 평소에 가게를 자주 방문하는 친숙한 차농의 소개라서 일단은 믿고 선택한 것입니다. 그러나 답사를 못한 상태라서 마음 한쪽에 늘 약간의 노파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매년 오운산에서 생산하고 있는 진-선-미 시리즈 중에서 예년과 달리 미가 반응이 좋더니 올해 오운산에서 출시한 차 중에서 가장 빨리 완판 된 차가 되었습니다.

 

 

19년 오운산 미의 생산량은 200 킬로였습니다. 매년 쌓이는 제고가 부담스러워 작년부터는 선주문에 기초한 최소한의 량만 추가 생산하고 있습니다. 예상과 달리 너무 빨리 완판되고 계속해서 추가 상담이 이어지다 보니 올해 차를 생산하기 전에는 꼭 현장을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멍하이에서 텅총까지 자동차로 가자면 린창 바오산(保山)을 거쳐 약 20 시간이 걸립니다. 다행히 최근에 일주일에 두번 징홍에서 텅총까지 가는 비행기 편이 생겨서 1시간 10분 만에 텅총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12일 저녁 8시 텅총 공항에 도착하니 쿤밍에서 자동차로 10시간을 달려온 친종 그리고 텅총 차농 가족들이 모두 나와서 저를 맞이해 줍니다. 무슨 국빈 방문도 아니고 이렇게 모두 나오셨냐고 하니까 집이 공항 근처에 있어서 그냥 바람도 쇨 겸 나왔답니다…^^

 

 

텅총은 미얀마 국경 근처의 화산 지대에 자리 잡은 도시로 차보다는 온천과 보석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이곳에도 오래전부터 마방(馬幫)들이 활동한 역사가 있습니다. 이곳의 특산품인 소금과(암염) 차 등을 말에 싣고 가까이는 미얀마 멀리는 인도까지 이동하였습니다. 돌아올 땐 비취 옥 만호 호박 등의 보석을 가지고 와서 다시 중국의 내륙으로 길을 떠나곤 했습니다. 흔히 마방이라고 하면 차마고도의 옛길을 생각합니다만 꼭 차가 아니더라도 어떤 물건이던지 말에다 싣고 먼 곳을 이동하면서 하는 모든 장사를 마방 행렬이라 부르고 이렇게 오간 길을 마방고도(馬幫古道)라고도 불렀습니다. 이렇게 이어진 길이 중국 국경선을 기준으로 수십 갈래가 있었습니다.

저녁을 대접한다고 대려 간 집이 텅총에서 유명하다는 국밥집입니다. 한국의 돼지국밥 비슷한데 밥은 없고 전부 고기들만 가득합니다. 그기에다 큼지막한 토종닭 뒷다리까지 올려서 줍니다. 저는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한국에서도 고기반찬은 즐기지 않는 편입니다. 차농 집을 방문하면 늘 겪게 되는 상황이지만 한상 가득 고기만 차려놓은 저녁상이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중국 음식이 대부분 기름진 편이라 처음 중국에 와서 음식 때문에 겪는 고충이 무엇보다 컸지만 지금은 그럭 저력 견딜 만은 합니다. 그런데 이곳의 음식은 중국 중에서도 중국이랄까요? 며칠 머무는 내내 각종 고기만 실컷 먹었습니다…^^

 

 

다음날 우선 작년 오운산 미의 원료로 선택한 지역으로 갑니다. 텅총에서도 다시 한시간 반을 달려가면 허우치아오 (猴橋)라는 지역이 나오고 텅총의 원주민이라는 리소족(傈僳)마을이 나옵니다. 현재 텅총 시내 중심엔 한족(漢族)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윈난의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지만 시나 현의 중심에는 대부분 세력이 강한 한족이 차지하고 있고 주변의 산골에는 소수민족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비록 이족 또는 태족, 하니족의 자치주라 할지라도 시내 중심엔 오히려 한족이 많고 그나마 조금씩 있는 소수민족들도 한화 즉 한족 중심의 문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중국 공산당이 줄기차게 표방하는 하나의 중국을 건설하고자 하는 정책에 동참하는 것이지요. 대부분의 소수민족들은 부모 중에서 한쪽이 소수민족이라도 그러한 사실을 드러내길 주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주민증에 소수민족이라는 기록이 있어도 자신은 그냥 한족이라고 소개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중국 정부에서 소수민족에 대한 우대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내심 인구의 90%를 차지하고 있고 모든 정책의 중심에 있는 한족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리소족 마을을 벗어나 비포장도로를 달리길 20여 분 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차밭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언뜻 대지차밭 같은데 가까이 다가가보니 주관을 잘라버려서 뿌리에서 웃자란 가지들입니다. 차나무의 강인한 생명력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도 왜화(矮化)된 고수차들이 있습니다만 채엽하기 편하도록 차나무의 아랫부분을 잘라낸 곳이 많습니다. 이곳은 아예 차나무를 베어내고 낙엽송을 심어 놓았습니다. 이 차밭의 자세한 내력을 물었습니다. 삼년전 아는 지인에게 문화혁명 시기에 조성한 차밭이 있었는데 지금은 낙엽송 조림 단지가 되어있다는 소식을 들었답니다. 아무도 관리하지 않아서 황폐해져 있는 이곳을 처음 발견했을 땐 그냥 풀밭처럼 보였답니다. 이후 잡초를 제거하고 관리를 시작하면서 지인들에게 조금씩 시음을 시키곤 했는데 본격적으로 차를 생산한 건 작년에 오운산에서 주문한 것이 처음이랍니다.

 

 

차나무의 수령은 길게 잡아야 60년 정도지만 환경은 나무랄 것 없이 좋습니다. 면적도 60무 한국 평수로 12000평 정도로 제대로 관리하면 많은 량의 모차를 확보할 수 있겠습니다. 원료 가격도 인건비만 지출하면 되는 상황이니 가성비는 아주 높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차의 품질이 중요한데 제가 시음한 결과와 작년의 판매 상황을 보면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겠다는 확신이 듭니다.

저녁에는 근처의 차 시장에 가서 이곳에서 유명한 차들을 몇 가지 시음해봅니다. 이곳의 대표적인 상표인 까오리공산에서 출시한 차들을 맛봅니다. 대부분 홍차 제품이고 보이차들도 보입니다만 평가는 생략하겠습니다. 그리고 대만 사람이 엄청난 규모로 투자하여 유기농 우롱차를 생산하는 지비엔(極邊)이라는 브랜드의 차를 마셔봅니다. 우롱차도 좋지만 우롱차 품종으로 만든 홍차가 아주 깔끔하고 향기도 특출납니다. 샘플용으로 조금 구입하고 시장을 돌며 다른 브랜드의 보이차들도 마셔봅니다만 대부분 가공에서 약간의 문제들이 보입니다. 기계 살청이 일반화되어 있는 지역이라서 그런지 고온에 설익은 느낌이 많고 보관 상태도 좋지 않습니다.

 

 

다음날부터 이곳에서 가장 높은 산인 까오리공산(髙黎貢山해발5128) 자락에 흩어져 있는 여러 지역의 고수차 밭을 탐방하였습니다. 이름도 생소한 지역에 버려지듯 방치된 차나무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이백여 곳의 차산을 탐방해보았습니다만 아직도 제가 모르는 차산이 많고 다양한 환경 다양한 형태의 차나무들이 있음을 다시금 알게 됩니다. 그 옛날 소수민족들 삶의 한 귀퉁이에 심어 놓은 거대한 차나무들을 만날 때마다 저는 일종의 경외심마저 생깁니다. 특히 이번에 탐방한 더홍(德宏)주의 핑샨(平山)향에는 아름드리 차나무 삼백여 그루가 주정부가 부여한 번호표를 달고 우람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한 차농집으로 들어가 작년 봄차를 시음해봅니다. 쓰고 떫은맛이 약하고 부드러운 단맛이 좋습니다. 텅총 지역 고수차들이 지닌 공통된 구감입니다. 첫 잔부터 강열한 맛과 향을 자랑하는 포랑산 쪽에 비하여 선뜻 다가오는 맛은 아니지만 뒷맛이 달달한 것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맛입니다. 어떤 차이든 대중의 호불호는 분명히 있겠지만 세상에 처음부터 나쁜 차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차를 마시는 행위는 하나의 문화이고 대중의 선호도에 따라 가격은 형성됩니다. 그러나 꼭 비싼 차만 좋은 차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품질에 비해 가격만 비싼 나쁜 차들이 시중에 얼마든지 있습니다. 차가 원래 나쁜 것이 아니라 차의 본질을 왜곡하고 엉뚱한 가치를 만들기에 골몰하고 있는 일부 상인들이 나쁜 것이겠지요. 저렴하면서도 좋은 차를 만들고 싶은 저의 갈망이 이 먼 곳까지 통과하고 있습니다만 고민은 여전합니다. 하산 길에 현재까지 오운산에서 만든 차들은 과연 어떤 수준에 있는 차인가를 냉정히 되물어 봅니다.

 

 

맛은 괜찮지만 가격이 비싼 차

마실 만하지만 유명 회사의 제품에 비해 확실히 소장 가치는 떨어지는 차

뭔지 모르게 똑떨어지는 맛이 부족한 차

 

 

저의 노력과는 별개로 지금까지 오운산에서 출시한 차들의 평가는 대체로 위에 서술한 내용으로 요약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비싼 차는 비싼 지역의 원료를 정직하게 사용했기 때문이고, 유명 회사와 비교하지 말고 소장하지도 말고 오운산 차는 그냥 마시는 것이라고 누누이 이야기해왔고, 차가 무슨 감도 아니고 무슨 똑떨어지는 맛이 있겠냐고 변명하고픈 마음도 생깁니다. 그러나 좋아서 시작한 일이고 이제 와 선 저의 운명을 건 일이기에 적당히 변명하고 타협할 수는 없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비싸지 않으면서도 맑고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한 저의 여정은 계속될 것입니다. 차산 탐방을 마친 저녁 우연히 텅총 차농의 친구 집을 방문하였는데 운 좋게 이곳의 차문화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마방들이 먼 길을 오가며 수시로 마시던 차라는데 뢰이샹차(雷響茶라고 이름 붙여진 차입니다. 한국에서 왔다니까 처음부터 뢰이상차 우리는 전 과정을 보여줍니다.

 


 

먼저 호리병처럼 생긴 토관을 먼저 숯불에 올립니다. 토관이 뜨거워지면 찹쌀을 조금 넣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생강 한 조각을 넣고 마지막에 저렴한 녹차를 한웅큼 넣고 계속 토관을 흔들어 줍니다. 토관이 달구어지면서 안에 있는 찹쌀과 생강, 녹차의 향기가 무르익을 즘 뜨거운 물을 토관에 부어줍니다. 뜨거운 물이 토관에 닿으면서 지지직 소리가 나면서 김이 펑펑 솟아오릅니다. 아마 이 모습이 번개가 치는 듯하다고 생각하고 이름을 지은 것 같습니다. 가장 저렴한 녹차에 쌀과 생강이 섞인 차지만 맛은 한마디로 훌륭합니다. 남녘의 겨울, 아침 일찍 일어난 노인이 거실에 숯불을 피우면서 토관을 올리고 집안의 훈기를 만듭니다. 식사를 마치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마주 보며 별것 없는 이야기들을 나누며 뢰이샹차를 마십니다. 저는 이 모습이 참 좋아 보였습니다. 어떤 화려한 장소에서 최고의 고급차를 마시는 것보다 멋진 자리였고 훌륭한 맛이었습니다. 언젠가 오운산도 생산 이념과 경영이념에 걸맞은 맛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대중 속으로 들어가 하나의 새로운 차문화를 꽃피우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없는 길도 만들고, 있는 길도 허물어 고쳐가야 될 것입니다. 아직은 모든 것이 부족함을 알기에 다만 노력하고 스스로 다짐해볼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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